계류유산 후 소파술 후기_1
산부인과에서 임신 10주 차에 계류유산을 알게 된 후 3일 뒤 소파술을 진행했다.
수술 8시간 전 금식하고, 꽤 좋은 몸상태로 먼저 상담실로 향했다.
배 초음파 한번 보고, 아기집 크기 한번 재보고 뭐 이것저것 궁금한 거 여쭤봤다.
회복과정에서 많이 아프나요? 많이 아프진 않고 평소 생리통 정도 일 거예요.라는 말씀을 듣고 다시 안심했다.
수납도 먼저 진행했다.
수술비+영양제(10만 원)+자궁유착방지제=299,900원을 바우처카드(국민행복카드)로 결제했다.
수술 대기실(회복실) 들어가서 치마 갈아입고 누워있자 혈압을 재고 영양제 투입을 위한 링거를 꽂았다.
여기까진 괜찮았는데 커튼 밖으로 수술이 끝난 산모들이 고통에 비명 지르는 걸 듣고 있자 괜히 눈물이 나왔다.
바로 수술실로 들어와 수술대 위로 눕는데 내평생 난생처음 수면마취 수술이라 덜컥 겁이 났다.
손발 묶고 계신 와중에 무서워요 하면서 눈물 또르르.. 간단한 거니 걱정 말라하시고.
그래 수술만 끝나면 며칠 피 나오다가 괜찮아질 거야. 생각했는데 묶인 상태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한 15분 정도 누워서 멍하니 천장 바라보고 있으니 담당 선생님께서 늦어서 죄송하다 하시며 들어오심.
입에 씐 호흡기? 를 통해 시원한 공기가 쏴하게 들어왔다.
5초 만에 선생님 얼굴이 흐려지더니 신기하게 잠듬..
정신 차리고 일어낫을 땐 내가 아프다고 울고 있었다.
덩달아 보호자(남편)도 옆에서 울고 있었음. 팬티도 입혀져 았었음.
나도 모르게 배가 아파.. 배가아파 계속 이랫던 거 같다.
갑자기 화장실 가고 싶다며 일어났는데 칼로 배를 찌른듯한 통증? 때문에
다시 누웠다가 진짜 쌀 거 같아서 배 부여잡고 다녀왔다. 피가 조금 나있는 상태.
다시 누워있으니 너무 춥고 오한이 들었다. 회복실은 왜 이리 추운 것인가.
생리통이라기엔 찌를듯한 통증이 너무 컸는데 여기저기서 출산한 산모들이 죽여줘 살려줘 이런 말을 듣고 있으니
더 이상 아프다는 말도 못 하겠고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렸다.
수술시간은 3시부터였고 보통 개인차가 있지만 1-2시간 후면 일어나서 두발로 잘 나간다고 한다.
5시쯤이면 밥을 먹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어나질 못허겠다.
간호사분들 모두 어지럽지 않고 괜찮냐 하시는데 어지러운 건 진작 끝 낫어요..
춥고 배 아픈데ㅜㅜ 영양제는 다 들어가 있었다.
수술이 끝난 직후 엉덩이 주사를 세대나 맞았다고 한다.
거기에 진통제도 들어가 있어서 더 이상 맞을 순 없어
미리 처방받아온 약국 약에 진통제가 들어있으니 약을 먹자 하셨다.
겨우 일어나 약 먹고, 한 이십 분 정도 더 누워있다가 (수술 후 2시간 반 경과)
너무 추워서 어서 집에 가고 싶어 배 부여잡고 일어나 나가려는데 갑자기 속이 너무 울렁거린다.
토할 거 같아 x3 외치자 간호사분이 검정 봉다리 들고 뛰어오셨고
, 바로 물토를 생각보다 많이 했다. 나올 게 없을 건데 물이랑 약 먹은 게 나오는 건가.
좀 더 누웠다 가라고 하셔서 다시 누웠다. 젠장
내상태가 이러니 간호사분이 담당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고,
평소 빈혈이 있는지 피도 뽑고 다시 혈압체크한 후에 포도당 영양제를 한팩 놔주셨다.
오늘 컨디션이 안 좋으셨냐고 물어보셨는데 임신했던 기간보다 훨씬 나았었음..
곧 담당 의사샘이 오셨고, 원래 있던 자궁근종이 딱딱하게 막고 있던지라 기구가 잘 들어가지 않아 수술 못할뻔했다고 하셨다. 어렵게 마쳤다고. 토하고 많이 아픈 게 그거 때문일 거라 하셨다. 혹이 여기서도 날 곤란하게 하는구나.
수액 다 맞으시고 천천히 가라 하셨다.
이제 회복실에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여전히 추워서 머리끝까지 이불 뒤집어쓰고 억지로 조금 자고 나니
수술 경과 4시간째. 체온도 따뜻하게 돌아왔고 혈색이 좀 나아졌다.
배아픔은 여전히 있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고 하신다. 맞던 수액 빼고 이젠 정말 집에 가보자.
수술 시작 오후 3시에서 저녁 7시까지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겨우겨우 집에 들어와 미역국 한 숟갈 먹으니 앉아있던 배 아픈 통증을 견딜 수 없어서 다시 누웠다.
칼에 찔린듯한 이 통증은 진짜 언제쯤 나아질까.
아무리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별거 아니라던 주변의 말보다 소파술은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다.
참고로 나와 같이 같은 시간에 소파수술 진행한 분은 정상적으로 한 시간 반 만에 나가셨는데 나는 왜 이리 임신 시작과 끝이 힘든지 모르겠다.
바우처 카드에 남은 금액으로 보약 지어먹으며,
출산과 같진 않겠지만 그만큼 몸 따뜻하게 하고 회복에 신경 써야 한다는 말을 잘 들어야겠다.
빠른 회복을 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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